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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의 다양한 도전기: 둠부터 케밥집 취업까지

요즘 초파리가 바쁩니다. 둠을 하고 루빅스 큐브를 푼다는 얘기까지는 들었는데, X에는 칼을 쥐고 케밥을 써는 초파리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냥 고기를 써는 장면만 있었어도 충분히 웃겼을 겁니다. 그런데 올린 사람이 큐브 영상을 인용하면서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너희 파리는 큐브를 풀지만, 내 파리는 도네르를 썬다. 이 불경기에 어느 쪽이 일자리가 있을지 맞혀 봐.”

가상 초파리가 칼을 쥐고 세로 꼬치의 도네르 케밥을 써는 모습과 오른쪽의 뇌 시각화
큐브를 풀던 초파리 옆에 취업한 초파리가 나타났습니다
onur ozcan은 초파리에게 칼로 도네르 케밥을 썰도록 훈련시켰다고 소개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및 원본 영상: onur ozcan의 X 게시물.

공부해서 재주를 익힌 파리와 당장 돈을 벌러 나간 파리. 초파리 영상에서 취업 얘기까지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찾아보니 이 작은 친구의 도전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평행주차를 하고, 급기야 스마트폰 앞에서 영상만 보는 초파리도 있었습니다. 하나씩 모아봤습니다.

출발점은 초파리의 신경 배선도입니다

이 유행의 배경에는 실제 신경과학 연구가 있습니다. 2026년 9월 3일 구글 리서치와 HHMI Janelia 등이 소개한 연구는 수컷 초파리의 뇌와 복부 신경삭을 잇는 신경 연결 지도입니다. 데이터셋 이름은 MaleCNS v1.0이고, 뉴런은 16만 6천여 개 규모입니다. 앞서 공개된 암컷 초파리 뇌 지도 다음에 나온 성과입니다.

이런 연결 지도를 커넥톰이라고 부릅니다. 어느 신경세포가 어느 세포와 이어지는지 기록한 배선도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실제 조직을 얇게 잘라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하고, 그 이미지를 컴퓨터와 AI로 이어 붙인 뒤 연구자들이 검수해 복원했습니다.

개발자들은 이 배선 데이터를 가져와 신호가 흐르는 방식을 계산하고, 그 결과를 화면이나 게임 조작에 연결하기 시작했습니다. 게임 화면을 가상의 감각 입력으로 넣고, 계산된 신경 활동을 이동이나 버튼 입력으로 바꾸는 식입니다. 칼을 쥔 초파리나 운전하는 초파리는 그렇게 나온 가상 몸체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사람이 정한 뉴런 작동 모델과 입출력 규칙이 들어갑니다. 배선도는 실제 생물에서 왔고, 그 위에서 돌아가는 동작에는 개발자의 설계가 들어갑니다. 뇌 안의 모든 전기·화학적 과정이나 기억까지 복원된 상태는 아닙니다. 아래 영상들의 구현 방식과 공개된 설명도 서로 다릅니다.

이렇게 마련된 실험 재료를 인터넷에 풀어놓자, 곧바로 둠이 등장했습니다.

일단 둠부터 시킵니다

새로운 기계를 보면 둠을 돌려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초파리 신경망 모델에 둠의 조작을 맡겼습니다. 게임 자체는 컴퓨터에서 실행하고, 모델이 컨트롤러 역할을 합니다.

Alex Wormuth의 DOOMFLY는 둠 화면을 감각 신경세포의 입력으로 넣고, 신경 활동을 회전·이동·발사에 연결합니다. 제작자는 피해를 받으면 PPL101 도파민 세포 두 개에 자극을 주는 실험도 소개했습니다.

둠 전투 화면과 체력 및 탄약 수치 아래에 감각 입력과 신경 활동을 표시한 DOOMFLY 실험 화면
초파리에게 주어진 첫 번째 일은 둠에서 살아남기입니다
화면 입력과 신경 활동, 게임 조작을 함께 보여주는 DOOMFLY입니다. 이미지 출처 및 원본 영상: Alex Wormuth의 X 게시물.

프로젝트 설명 페이지에는 뉴런 작동을 근사한 모델을 쓴다고 적혀 있습니다. 학습으로 생존 능력이 나아졌는지도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남은 질문은 제작자가 처음 적은 그대로입니다. “이 파리가 살아남는 법을 배울까?”

옆에서는 Jessica Paquette가 마리오 64를 시켰습니다. 마리오가 벽에 자꾸 부딪히는 모습에 “파리 고증이 정확하다”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게임은 바뀌었는데 벽에 들이받는 습관은 그대로라는 반응이 웃겼습니다.

큐브를 풀더니 대난투까지 갑니다

Nick Walton은 초파리가 루빅스 큐브를 조작하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옆에는 뇌 시각화가 떠 있고, 작은 다리 앞에서는 큐브가 돌아갑니다.

“이 작은 녀석이 못 하는 게 있을까?”라는 문구도 붙였습니다. 나중에 케밥 영상이 인용한 게시물이 바로 이 글입니다.

앞다리 쪽에 루빅스 큐브를 두고 조작하는 가상 초파리와 오른쪽의 뇌 시각화
케밥집 취업 드립의 출발점이 된 큐브 영상
Nick Walton은 큐브를 풀도록 훈련시켰다고 소개했습니다. 게시물 본문에는 훈련 방법이나 풀이 성공률을 설명한 자료가 없습니다. 이미지 출처 및 원본 영상: Nick Walton의 X 게시물.

같은 제작자는 이어서 슈퍼 스매시브라더스 영상도 올렸습니다. 하루 동안 훈련했고, 봇을 상대로 3판 중 2판 정도 이긴다는 설명입니다. 이 승률은 제작자가 게시물에서 제시한 수치입니다.

덧글에는 파리 자신으로 플레이하게 해줬다는 말도 있습니다. 큐브를 풀고 나면 격투게임 한 판. 적어도 취미 생활은 다양합니다.

비트세이버는 리플레이를 보며 연습합니다

lyra bubbles가 올린 영상에서는 초파리가 양쪽 검을 움직이며 비트세이버를 합니다. 몸집보다 큰 검 두 개를 앞다리에 들고 있으니, 리듬게임 화면이 묘하게 잘 어울립니다.

초파리가 빨간색과 파란색 검을 들고 비트세이버 블록을 치는 화면과 신경 활동 시각화
앞다리 두 개에 검을 쥐여주면 리듬게임도 됩니다
제작자는 이 영상이 한 곡에 과적합된 훈련 초기 장면이며, 입력 일부에 리플레이 데이터를 사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및 원본 영상: lyra bubbles의 X 게시물과 후속 설명.

이 사례는 제작자가 훈련 과정을 덧글로 꽤 자세히 풀었습니다. 당시에는 한 곡에 과적합된 상태였고, 입력 일부에 리플레이 데이터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움직임은 커넥톰에서 생성하며, 보조 신호의 비중을 줄여가면서 화면에 반응하는 플레이를 훈련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금은 정해진 곡과 보조 입력으로 연습하는 모습입니다. 처음 보는 곡에도 대응하는지는 더 훈련한 뒤의 결과를 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가상 초파리가 검 두 개를 들고 있는 장면은 한 번쯤 눌러보게 됩니다.

큐브보다 실용적인 기술은 케밥 썰기였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사람이 글 맨 위의 케밥 영상을 올린 onur ozcan입니다. 계정은 @oozn입니다.

큐브 영상을 인용하면서 “나는 파리에게 칼로 도네르 케밥을 썰도록 훈련시켰다”고 적었습니다. 커다란 세로 꼬치 옆에서 초파리가 칼을 움직이고, 잘린 고기는 아래로 떨어집니다. 옆에는 큐브 영상과 비슷한 뇌 시각화가 붙어 있습니다.

여기에 “이 불경기에 누가 일자리가 있을까”라는 문장이 붙으니 이야기가 완성됩니다. 큐브 실력 자랑에 취업으로 답한 셈입니다. 댓글에도 “이제 나보다 이력서가 좋다”는 반응이 달렸습니다.

게시물 본문에는 학습 방법이나 코드 링크가 없습니다. 공개된 건 짧은 영상과 제작자의 소개입니다. 저는 칼을 움직이는 장면보다 큐브 게시물에 저렇게 답을 붙인 게 더 웃겼습니다. 다른 파리가 재능을 뽐내는 동안 이쪽은 주방에 들어갔습니다.

100달러를 들고 비트코인에도 도전합니다

DOOMFLY를 만든 Alex Wormuth는 이번에는 초파리에게 100달러로 비트코인을 거래하게 했습니다. 프로젝트 이름은 Stonkfly입니다.

제작자 설명에 따르면 신경 활동이 매수·매도 결정을 하고, 코인베이스에서 거래를 실행합니다. 수익이 나면 도파민 뉴런을 자극하는 구조라고 합니다.

비트코인 거래 차트를 띄운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가상 초파리와 STONKFLY 신경 활동 표시
케밥집에 출근하는 파리가 있다면 차트를 보는 파리도 있습니다
100달러로 시작한 비트코인 매매 실험입니다. 이미지 출처 및 원본 영상: Alex Wormuth의 Stonkfly 게시물.

나중에 제작자는 “파리가 1달러의 수익을 냈다”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 수익이 시장 움직임 때문인지, 매매 판단이 나아진 결과인지는 이 기록만으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한쪽 파리는 노동으로 돈을 벌고, 다른 쪽은 차트를 보고 있다는 구도가 너무 익숙합니다. 뇌 지도를 공개한 뒤 사람들이 시키는 일에 각자의 관심사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평행주차는 파리한테도 어렵습니다

Breg Grockman의 도전 과제는 평행주차입니다. 가상 자동차를 주차 공간에 넣는 화면 옆에, 운전대를 잡은 초파리와 뇌 시각화가 나란히 떠 있습니다.

두 자동차 사이의 평행주차 공간에 접근하는 가상 차량과 운전대를 잡은 초파리 시각화
비행하던 친구에게 자동차 운전대를 맡겼습니다
운전대, 페달, 기어를 표시한 평행주차 데모입니다. 이미지 출처 및 원본 영상: Breg Grockman의 X 게시물.

게시물에는 “파리가 궁극의 시험인 평행주차를 완료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별표가 수상해서 덧글을 보면, 제작자가 “*평행주차는 정말 어렵다”고 덧붙여 놨습니다.

누군가 이 파리를 고용할 수 있냐고 묻자 “Fluber 곧 출시”라고 답했습니다. 날아다닐 수 있는 친구를 굳이 차에 앉혀 주차까지 시키는 것도 웃기고, 다음 사업 계획이 바로 나오는 것도 웃깁니다.

마지막에는 FlyTok만 보게 합니다

Matty Hempstead는 초파리를 스마트폰 앞에 앉혔습니다. 이름도 FlyTok입니다. 제작자는 파리가 계속 영상을 보도록 하고, 도파민 뉴런 활동을 측정하면서 인위적으로 강화했다고 설명합니다.

꽃이 있는 가상 공간에서 스마트폰의 파리 영상을 바라보는 초파리와 도파민 활동 그래프
게임도 일도 잠깐 멈추고 FlyTok을 봅니다
제작자가 도파민 뉴런 자극을 결합했다고 소개한 FlyTok 실험입니다. 이미지 출처 및 원본 영상: Matty Hempstead의 X 게시물.

목표도 직접 적어 놨습니다.

“다른 모든 파리의 행복을 합친 것보다 더 행복한 파리를 만드는 게 목표다.”

여기서 말하는 행복은 제작자의 표현입니다. 화면에 나오는 수치는 모델 속 뉴런 활동이고, 이 모델이 실제로 즐거움을 느끼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 설명과는 별개로 장면은 너무 익숙합니다. 신경 배선도를 복원해서 컴퓨터 안에 넣었더니, 마지막에는 스마트폰 앞에서 짧은 영상만 보고 있습니다. 게임하고, 일하고, 투자하고, 틈나면 영상 보는 생활까지 가져온 셈입니다.

정리하면

이번 유행에는 오랜 시간 쌓아온 신경과학 연구와, 공개된 데이터를 받아 각자 다른 일을 시켜보는 개발자들의 실험이 함께 있습니다. 프로젝트마다 뉴런 모델, 학습 방식, 외부 입력의 비중이 다르고, 어떤 게시물은 코드보다 영상과 농담이 먼저 나옵니다.

저는 이 도전기를 보면서 배선도를 손에 쥔 사람들이 그다음에 뭘 시키는지가 재밌었습니다. 둠에서 살아남게 하던 모델이 다른 사람 손에서는 코인 거래를 하고, 또 다른 영상에서는 케밥을 썹니다. 학술 발표의 결과물이 이렇게 빠르게 이상한 일상 장면으로 바뀝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케밥입니다. 큐브를 푸는 초파리에게 “그래서 취직은 했냐”로 답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어떤 일을 맡길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초파리 쪽에도 주말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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