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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테이션 디스크 퇴출과 PS3·비타 스토어 종료 - 디지털 전환의 아이러니와 게임 소유권

목차

며칠 전 소니 소식을 보다가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헤드라인은 “소니가 게임 디스크를 없앤다"였는데, 그 바로 옆에 조용히 붙어 있던 소식이 더 눈에 걸렸거든요. 같은 시기에 PS3와 PS Vita 스토어를 닫는다는 공지였습니다.

“이제 디지털이 미래니까 실물은 접겠다"는 이야기와, “옛날에 쓰던 디지털 상점은 닫겠다"는 이야기가 한꺼번에 나온 셈이에요. 디지털을 밀면서 정작 디지털 상점을 닫는 그림이라,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했습니다.

세로로 세운 흰색 플레이스테이션 5 본체와 듀얼센스 컨트롤러
2028년 1월부터 새로 나오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은 디스크 없이 다운로드로만 살 수 있게 됩니다. (사진: Osh33m 촬영, Soberian 편집,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소니가 같은 날 내놓은 두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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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표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2028년 1월부터 모든 신작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의 실물 디스크 생산을 중단합니다. 그 이후 나오는 신작은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다운로드나 소매점에서 파는 디지털 코드로만 살 수 있게 돼요. 2028년 이전에 나왔거나 나올 예정인 게임은 기존처럼 디스크로 계속 구할 수 있습니다.

둘째, 같은 흐름에서 PS3와 PS Vita용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를 단계적으로 닫습니다. 일정은 지역별로 나뉘어요.

  • 멕시코, 온두라스, 니카라과: 2026년 8월부터
  • 기타 일부 중남미·중동 국가: 2026년 하반기
  • 한국을 포함한 그 외 모든 지역: 2027년 7월

소니가 든 이유는 “디지털 중심으로 시장이 옮겨갔다"는 겁니다. 실제로 디지털 게임 구매 비중은 2013년 약 13퍼센트에서 2025년 약 80퍼센트까지 올라왔어요. 숫자만 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디스크 드라이브 단종"부터 정리하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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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오해 하나를 짚고 싶어요. 커뮤니티에서 이번 소식을 “PS5 디스크 드라이브 단종"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소니가 당장 없애기로 한 건 별매용 디스크 드라이브 액세서리가 아니라 신작 게임의 디스크 버전 생산이에요. 시점도 2028년 1월입니다. 다만 발표 직후 디스크 드라이브 수요가 몰리면서 소니 공식 스토어가 1인당 1개 구매 제한을 걸었고, 이 장면이 “단종"이라는 말로 번진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당장은 이렇습니다.

  • 2028년 이전에 나오는 게임은 계속 디스크로 나온다
  • 이미 가진 디스크는 그대로 돌아간다
  • 디스크 드라이브도 아직 살 수 있다(다만 물량이 빠듯하다)

바뀌는 건 “앞으로 나올 신작을 실물로 소장하는 선택지"가 사라진다는 점이에요.

플레이스테이션 5 게임이 담긴 울트라 HD 블루레이 디스크
PS5 게임이 담기는 울트라 HD 블루레이 디스크입니다. 2028년 이후 신작에서는 이런 실물 디스크가 사라집니다. (사진: Aomaf, CC0, Wikimedia Commons)

진짜 웃픈 지점: 디지털로 몰면서 디지털 상점은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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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번 발표에서 가장 아이러니하다고 느낀 부분이 여기예요.

한쪽에서는 “이제 디지털로 사세요"라며 실물을 접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쪽에서는 세대가 지난 디지털 상점 자체를 닫아 왔어요. 이번 PS3·비타 스토어 종료만 그런 게 아닙니다.

PSP는 이미 앞선 사례예요. 기기 안의 스토어는 2016년에 닫혔고, 2021년에는 검색과 신규 구매가 막혔습니다. 그래서 “PSP 스토어도 완전히 닫힌 것 아니냐"고 기억하는 분이 많은데, 조금 더 정확히 보면 이렇습니다. 신규 구매는 막혔지만, 이미 산 PSP 콘텐츠는 지금도 PSP의 다운로드 목록에서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PS3나 비타를 거쳐 PSP 콘텐츠를 사던 경로가 이번 PS3·비타 스토어 종료와 함께 막히는 구조예요.

디지털 상점은 “영원한 창고"가 아니라, 세대가 끝나면 문을 닫아 온 서비스에 가깝습니다. 지금 디지털을 밀어붙이는 소니가, 과거 디지털 상점을 순서대로 닫아 온 소니이기도 하다는 거죠.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비타 휴대용 게임기 정면
PS Vita 스토어는 한국 기준 2027년 7월에 닫힙니다. PSP에 이어 또 하나의 세대가 상점 문을 닫는 셈입니다. (사진: Evan-Amos / Vanamo Media,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정확히 보자: “신규 구매 종료"지 “산 게 바로 증발"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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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균형을 잡고 싶어요. 스토어가 닫힌다고 해서 이미 산 게임이 그날 바로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소니는 스토어 종료 이후에도 이미 구매한 콘텐츠는 “당분간(for the foreseeable future)” 다시 내려받을 수 있다고 밝혔어요. 그러니 스토어가 닫혀도 내 계정에 있는 게임을 당장 잃는 상황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당분간"이 영원을 보장하는 말이 아니라는 데 있어요. 언제까지인지 못을 박지 않았고, 소니 스스로도 재다운로드 정책은 바뀔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실물 디스크가 “내 손 안의 물건"이라면, 디지털은 “플랫폼이 서비스하는 동안의 이용권"에 가깝다는 차이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당분간’이 영원하지 않았던 사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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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 “당분간"이 실제로 끝난 적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다만 성격이 조금씩 달라서, 뭉뚱그리지 말고 나눠서 봐야 정확해요.

  • P.T.는 재다운로드가 막힌 쪽이에요. 코나미의 사일런트 힐 데모였던 이 게임은 2015년 스토어에서 내려갔고, 코나미 요청으로 재다운로드 자체가 서버에서 막혔습니다. 이미 설치해 둔 기기가 아니라면, 계정 라이브러리에 기록이 남아 있어도 다시 받으려 하면 오류가 납니다.
  • The Crew는 서버가 닫혀 아예 못 하게 된 경우입니다. 유비소프트가 2014년작 The Crew의 서버를 2024년 3월에 완전히 종료했거든요. 온라인 전용이라 싱글 플레이까지 막혔고, 디스크가 있어도 실행이 안 됩니다. 이 사건은 “게임을 파는 게 아니라 접속 권한을 파는 것"이라는 업계 관행에 불을 붙였고, 스탑 킬링 게임 운동(Stop Killing Games)으로 이어졌어요. 130만 명 넘는 서명이 모였고, 프랑스 소비자 단체 소송 같은 법적 대응으로 번졌습니다.
  • PlayStation Mobile은 서비스 자체가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비타와 안드로이드용 콘텐츠 플랫폼이었는데, 2015년에 완전히 문을 닫았어요.
  • 반대로 아직 살아 있는 쪽도 있어요. 닌텐도의 Wii Shop, Wii U·3DS eShop은 신규 구매만 끝났을 뿐, 이미 산 콘텐츠는 당분간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완전히 막힌 사례로 묶으면 오해예요. 다만 닌텐도도 언젠가 다운로드 서버를 닫을 수 있다는 신호는 남겼습니다.
  • 소니 디지털 영화는 지워질 뻔했다가 되돌아온 경우고요. 소니가 라이선스 문제로 구매한 디지털 영화 일부를 라이브러리에서 지우겠다고 안내한 적이 있는데, 2023년 말 라이선스가 갱신되면서 그 계획을 접었습니다. 실제로 지워졌다기보다 “지워질 뻔했다"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보면 “디지털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지만, 사례마다 정도가 다릅니다.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해요.

국내에도 있다: “평생소장"인데 못 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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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게임만의 이야기도 아니에요. 국내 사례로 딱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루리웹에 공유된 LG 헬로tv 화면 캡처를 보면, “구매한 영상” 목록에 (평생소장)(HD)터미네이터2가 있어요. 2015년 9월에 5,000원을 주고 산 기록입니다. 그런데 그 영화를 다시 틀면 이런 안내창이 뜹니다. “콘텐츠 종료 안내 · 해당 VOD는 계약 종료로 시청할 수 없습니다.”

LG 헬로tv 구매한 영상 목록에 남은 평생소장 터미네이터2 구매 기록
구매 목록에는 2015년 9월에 5,000원을 주고 산 평생소장 터미네이터2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출처: 루리웹 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75799831)
평생소장으로 구매한 VOD가 계약 종료로 시청 불가라는 안내창
그런데 다시 틀면 계약 종료로 시청할 수 없다는 안내가 뜹니다. 기록은 남았지만 재생은 막혔습니다. (출처: 루리웹 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75799831)

돈을 냈고 “평생소장"이라는 문구까지 붙었는데, 플랫폼과 배급사의 계약이 끝나자 볼 수 없게 된 겁니다. 디지털 “평생소장"은 결국 플랫폼이 판권을 유지하는 동안만 유효한 이용권이었던 셈이에요. 미국 캘리포니아는 디지털 상품 판매에 “구매"나 “소장” 같은 표현으로 영구 소유를 암시하지 못하게 하고, 실제로는 라이선스라는 점을 고지하도록 하는 법(AB 2426)을 2024년 통과시켜 2025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GTA6: 실물을 사도 안에는 코드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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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최근 겹쳐 보이는 장면이 하나 더 있어요. GTA6입니다.

GTA6는 2026년 11월 19일 출시 예정인데, 실물 패키지 안에는 게임 디스크가 없습니다. 상자를 열면 다운로드 코드 한 장이 들어 있어요. IGN을 비롯한 여러 게임 매체 보도와 예약 안내에 따르면 실물판에 디스크가 들어 있지 않고, “나중에 디스크판이 나온다"는 이야기도 고객지원 메일이 와전된 루머로 정리됐습니다. 지금으로선 디스크판 계획 자체가 없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디지털인데 예약이 매진났다” 같은 말도 돌았는데, 여기엔 정리가 좀 필요합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같은 공식 디지털 상점에서 직접 사는 건 용량이 사실상 무제한이라 매진이 나지 않아요. 그런데 재밌는 건, 코드 형태로 유통되는 디지털은 실제로 품절이 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서드파티 판매처가 파는 게임 키나 다운로드 코드는 퍼블리셔가 발행한 수량만큼만 풀리기 때문에, 그 물량이 소진되면 품절로 뜨거든요. 국내에서도 이숍 카드나 다운로드 코드가 같은 이유로 품절되곤 합니다. 코드가 담긴 실물 상자 역시 매대 재고가 한정이고요. 결국 알맹이는 다운로드인데, 그걸 담은 코드나 껍데기가 동나는 묘한 그림이 되는 겁니다.

어느 쪽이든 흐름은 분명해요. 신작을 실물로 사도 결국 손에 남는 건 코드 한 장이고, 이건 소니가 말한 “2028년 이후 디지털 코드 판매 확산"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럼 실물이 답이냐? 그것도 만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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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실물만 사면 영원히 안전하다"고 말하면 그것도 과장이에요.

The Crew처럼 온라인 전용으로 설계된 게임은 디스크가 있어도 서버가 닫히면 그대로 먹통이 됩니다. PS3 디스크도 마찬가지예요. 오프라인으로 완결되는 본편은 스토어가 닫혀도 디스크만 있으면 대체로 돌아가지만, 패치나 DLC, 온라인 서버, 설치 후 인증 같은 요소에 기대는 부분은 서버가 닫히면 별개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히는 이렇게 말하는 게 맞아요. 실물이 무조건 영생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오프라인으로 완결되는 게임이라면 실물이 확실히 더 오래 살아남는다.

결국 우리는 사는 걸까, 빌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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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자체는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입니다. 편하고, 싸고, 빠르니까요. 저도 대부분의 게임을 다운로드로 삽니다.

다만 이번 소식들이 겹쳐 보이니 질문 하나가 선명해져요. 우리는 게임과 영화를 “사는” 걸까요, “빌리는” 걸까요. 영구 재다운로드 보장, 서비스 종료 시 오프라인 모드 제공, 계정 상속 같은 소유권 장치가 빠진 채로 디지털만 남으면, 위험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쏠립니다.

정말 오래 곁에 두고 싶은 게임이나 영화가 있다면, 아직은 실물이나 개인 백업으로 확보해 두는 편이 가장 확실합니다. 디지털이 기본이 될수록, “내가 진짜로 소유한 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한 번쯤 짚고 넘어가는 게 좋아요.

여러분은 어느 쪽이신가요. 편의를 위한 디지털파인가요, 소장을 위한 실물파인가요. 혹시 돈 주고 샀는데 사라져서 아쉬웠던 디지털 게임이나 영화가 있으셨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참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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